우수상
겨울이 오면
곁에 있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마다 부산에 왔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시간이 지나야 될 일이라 여겼다.
초음파 사진으로만 본 아이들. 양수 속 태아가 빛도 들지 않는 바다 깊이 잠들어 있을 것만 같아 이제는 파도를 보는 것도 힘겹다.
대신 흐르는 강물이 버석버석한 속을 적셔 준다. 석양을 뒤로한 재두루미가 날아오르자 아릿하다. 과거를 지우는 새의 날갯짓. 구포에서 맞는 첫 밤이다.
금빛노을브릿지
이 길에서 곧 아카시아꽃이 피고 만리향꽃이 필 테죠. 향기에 취한 우리는 갈 길을 잊고 한동안 그 자리에서 행복한 얼굴이 되어 머물 거예요. 시간이 많이 지나 또 겨울이 오면 모든 것이 죽은 듯 황량하고 쓸쓸하겠지만, 우리는 알고 있어요. 다시 봄이 오면 모든 것이 소생한다는 것을요. 쓸쓸한 풍경 속이지만, 어쩌면… 운이 좋은 날은, 후투티를 만날 수도 있겠네요. 엄마와 저는 추위도 잊은 채 오랫동안 예쁜 머리 깃털을 가진 계절 손님과 정겨운 얘기를 하겠지요. 정말 우리는 모든 풀과 나무와 새에게 아빠에게 하듯 말을 걸어요.
15년 전, 불혹의 나이에 소설을 썼습니다. 간호사란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글에 대한 유혹을 이길 수 없었지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길을 걸을 때조차 책을 놓지 못했던 젊은 시절의 갈망은 너무도 길고도 깊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내 자신의 한계를 깨달았고 생활인으로 살면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덮어 두었던 노트북을 꺼내어 자판을 찍으면서 잠시나마 행복했습니다. 첫사랑의 달콤함을 느끼게 해 주신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관계자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심사위원단에게도 경의를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벽을 기도로 깨우시는 저의 어머니에게 존경과 사랑을 드립니다.
부족한 글, 조금 더 해감해서 보내 드리고 싶었는데 너그럽게 봐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북구의 온도에 맞추고 싶었습니다.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관계자분들과 후원해 주신 분들 덕분에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부산 바다와 사람들을 보며 매번 좋은 힘을 받습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전 세계 많은 이들이 부산의 매력을 깊이 느끼길 기원합니다. 끝으로 물정 모르는 자식 때문에 고생하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너무 멍청한 아들이라 죽는 게 낫지 않나 생각도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애정과 사랑을 드립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