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상
구포동에도 꽃은 핀다
동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구포의 구(龜)가 거북에서 유래된 것이라며 인생 참 더럽게 느린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가난하면 적당히 살다 죽어야 하는데, 거북이면 일찍 죽긴 글렀다고 참 말년 지독하겠다는 뒷방 늙은이들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거북이 모양을 닮은 범방산 역시도 거북산으로 불렸다. 동네 사람들은 한껏 비웃었지만, 나는 거북이를 표상한 뜻이 좋았다. 느리지만 결국 열심히 앞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다 보면 산꼭대기에 닿아 있듯이, 인생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구포동에도 꽃은 핀다」 중에서.
수상작 전문은 《이야기 공작소 부산 : 2호 [2023] 북구 늴리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수상소감
일종의 버릇처럼 글을 써 왔습니다. 문장은 저만의 안식처이자 하나의 무덤 같다는 생각을 떨쳐 내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살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던데 가끔은 제가 활자를 쏟아 내지 않으면 열병을 앓는 사람 같았습니다. 그렇게 써 내린 글이 무덤처럼 쌓여 어느새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제 삶에 스며들었습니다. 오래된 문장이 되기 전에 잡지에 실려서 다행입니다. 큰 상 주셔서 감사하며, 앞으로도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