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명동

허 진사의 계약

  • 원문

    「수정마을 허 진사와 대장골 산적 이야기」(최원준, 《이야기 공작소 부산》 2호, 2023년)

  • 편집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이야기 시작하기

화명동
부산화명동우체국, 화명롯데캐슬카이저 주변은 예부터 ‘수정마을’로 불렸다.

수정마을에는 큰 부자가 살았는데,
1862년생, 1894년에 진사에 급제하여
허 진사라 불린 사람.

이름은 허섭.
허섭 160엔,
구포은행 150엔…….

그의 이름은 구포장터 화재 기부금을 누가,
얼마나 냈는지 새겨둔 ‘구포동화재의연기념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부터 시작할 이야기는 구포은행보다 더 많이 기부한
기부왕 허 진사의 요상한 계약에 관한 것이다.

수정마을 뒤편 대장골에는 산적 무리가 살았는데,
수시로 마을로 내려와 약탈을 일삼고 사람들을 괴롭혔다.

이에 허 진사는 산적 우두머리와 담판을 벌이는데…….
“먹을 식량과 필요한 물품을 전부 내줄 테니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아라.”
“좋다. 몇 날 몇 시에 집을 찾을 터이니
요구한 것을 준비해 놓아라.”
약속한 몇 날 몇 시가 되면 도적들은 징과 꽹과리를 치며 마을로 내려와 곧장 허 진사 집으로 향한다.
문을 열면

마당에는 거한 음식상이, 허 진사의 사랑방에는 오붓한 술상이 차려져 있어
도적들은 마당에서 한판 잔치를 벌이고, 도적의 우두머리는
사랑방에서 허 진사와 술을 마시며 가져갈 곡식과 생필품을 흥정한다.

그렇게 도적들이 양손 가득
곡식과 생필품을 챙겨 허 진사의 집을 떠나면,

마을에는 얼마간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허 진사와 대장골 산적 간의 계약이 언제까지 계속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자신의 것을 내주고 마을 사람들을 보살핀

허 진사의 마음 씀씀이는
오래오래 전해져야 할 미담이다.
“구포 화명리에 가면
독립 자금을 선뜻 내주는 큰손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상해임시정부에 독립 자금도
선뜻 내놓았던 화명동 기부왕 허 진사.
허 진사에게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었으니…….

의외로
화명동 토박이가 아니라,

김해 출신임.

이 이야기가 재밌거나 유익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