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마을에는 큰 부자가 살았는데,
1862년생, 1894년에 진사에 급제하여
허 진사라 불린 사람.
구포은행 150엔…….
그의 이름은 구포장터 화재 기부금을 누가,
얼마나 냈는지 새겨둔 ‘구포동화재의연기념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부왕 허 진사의 요상한 계약에 관한 것이다.
수정마을 뒤편 대장골에는 산적 무리가 살았는데,
수시로 마을로 내려와 약탈을 일삼고 사람들을 괴롭혔다.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아라.”
요구한 것을 준비해 놓아라.”
마당에는 거한 음식상이, 허 진사의 사랑방에는 오붓한 술상이 차려져 있어
도적들은 마당에서 한판 잔치를 벌이고, 도적의 우두머리는
사랑방에서 허 진사와 술을 마시며 가져갈 곡식과 생필품을 흥정한다.
그렇게 도적들이 양손 가득
곡식과 생필품을 챙겨 허 진사의 집을 떠나면,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허 진사와 대장골 산적 간의 계약이 언제까지 계속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자신의 것을 내주고 마을 사람들을 보살핀
오래오래 전해져야 할 미담이다.
독립 자금을 선뜻 내주는 큰손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상해임시정부에 독립 자금도
선뜻 내놓았던 화명동 기부왕 허 진사.
허 진사에게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었으니…….
의외로
화명동 토박이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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